- 저자
- 이기주
- 출판
- 말글터
- 출판일
- 2024.01.11
서점을 들르다 눈에 보이면 꼭 사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이기주 작가님의 책입니다. 몇 번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눈길을 주고 받는 문장들에서 많은 위로를 받아왔어요.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날, 그래서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모르는 날에 이기주 작가님의 책을 보며 이런 문장이 필요했구나,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에게 책은 지적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보다 위로의 무언가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보편의 단어는 작가님이 선정한 단어들에 대해 곱씹어보고, 거기에 대한 생각과 연관된 일들을 서술하여 풀어낸 책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평소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웬일인지 모두 두 단어로 끝나는 단어들 중에서, 저도 괜히 곱씹어 보게된 단어들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도 책 모서리를 접어 그 단어들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버틴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람을 자기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사람으로 취급한다. 온당하지 않은 평가다. (생략)
어떤 면에서 현재를 꿋꿋이 버틴다는 건 몸과 마음을 건사하면서 후일을 도모한다는 걸 의미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더라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버티고 있다면, 스스로를 힐난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
꾸역꾸역 현실을 견디면서 세월을 건너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277p
건사라는 단어를 주제로한 글에 나온 글입니다. 저는 살면서 버틴다는 단어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취직을 하면서, 회사에서 해내기 어려운일을 어떻게든 헤쳐나가면서 버티자 라는 단어를 곧자주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주변 친구들, 선배들, 그리고 부모님을 보면서 어떻게 이 고단함을 한마디 불평없이 견뎌냈을까 새삼 존경스러웠어요.
버티는 것이 한 곳에 머무르는 느낌을 주지만, 그 날들이 쌓이면 언젠간 한발짝 나아간 본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늘 느낍니다. 결혼 준비가 그랬고, 취직이 그랬고, 어른이 되는 과정이 그랬습니다. 이것만 버티자 버티자 하고 버텨내니 어느순간 가끔씩 만족스러운 제 자신을 보면서, 결국 나아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작가님의 저 생각에 저는 너무도 공감합니다.
작가님의 책은 이런식입니다. 다소 가벼워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인거죠. 책의 말미에 나오는 이 문장들을 되뇌면서 제가 저를 잘 돌보고 있었는지 돌아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작가님도, 그리고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모두가 건사하시길.
미약한 독후감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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