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금희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22.11.25
김금희 작가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님들은 많지만 그분들의 수필까지는 좋아하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김금희 작가님의 책은 소설도 수필도 다 좋아합니다. 종종 생각이 날 때, 롯데타워 4층 영풍문고에 있는 작가님의 세션을 찾아 제가 읽지 않은 책을 가져오곤 해요. 그렇게 가져온 책 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타일입니다.
제목에 크리스마스가 들어간지라 아껴두고 겨울에나 읽을까 했는데, 사두고 안읽는 성격이 못되어 결국 햇빛이 쨍한 어느 초여름에 책을 들었습니다. 책에는 여러 명의 주인공이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있지 않은 듯 얽혀 나오는데요. 각각의 사는 이야기가 너무 우리네 삶과 닮아 늘 그렇듯 위안을 얻었습니다.
저는 종종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어두곤 합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책을 다 읽고서, 해당 페이지만들을 펼쳐 다시 볼 수 있고 다시 보면서도 내가 어느 부분이 좋았지, 아 이래서 좋았구나 하고 곱씹어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당연하게도 크리스마스 타일 책의 이곳저곳이 접혀 있는데 몇가지 기억나는 구절을 공유해봅니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배운게 하나 있어. 사람들이 여기 오는 데도 나름의 힘이 필요하다?
용기가 없으면 병원에 올 수가 없어. 수치심을 이기고 여기로 오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어서."
-101p
표면적인 행동의 이면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우리는 곧잘 생각하지 못합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서 외면하는 경우가 다반사일테니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죠. 나 대신 누군가의 내면을 고민해주는 주인공을 만나면 항상 이렇게, 마음이 저릿해오곤 했습니다. 그게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에요. 책은 모든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자기 이야기를 서술하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위와 같은 저런 문장들,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듣고 보면 꼭 제가 들은 것처럼 멍해지곤 하더군요.
그 말을 하는 주찬성의 얼굴이 너무 담담해서 나는 문득 걔 손을 잡고 엉엉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과
그럴 수 있는 자격은 다른거니까
나는 다 익은 고기를 한 번 뒤집었다.
-171p
책은 과거와 현실을 옮겨다니기도 하는데, 그 안에서 충분히 어른이 된 것 같음에도, 그 나이에 걸맞는 무언가를 결정하기엔 또 너무 어린아이 같아진 주인공들의 생각을 읽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 아이로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쉬워질 무렵, 이제 제 나이에 걸맞는 결정이 또 다시 어려워지는, 그래서 또 나보다 더 어른을 찾게되는. 매번 어린 저를요.
책의 '소봄'을 보면서 치열했던 20대를 떠올리고, '지민'을 보며 조금은 성숙해졌다고 느낀 최근의 30대의 생활을 반추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여전히 더 커야지만 풀 수 있을 것 같은 어려운 일들로 저는 여전한 어른아이 같다고 느끼지만, 또 제 3자의 눈에는 제가 부쩍 자란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도 어쩌면 현실감 있게 끝나는 것 같아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콘크리트 같이 단단해보이는 삶을 말랑하게 녹여내는 작가님의 필력도 좋았고, 그 콘크리트 길이 다소 냉소적이어 보일지라도, 잘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외려 우리가 단단히 잘 다져온 길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마음 따뜻한 책이었습니다.
한동안 그만 두었던 독후감을 계속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느낀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로 소통해 주세요 :)
감사합니다.
'경험기록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랜딩]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 (1) | 2024.11.27 |
---|---|
도쿄를 바꾼 빌딩들 - 박희윤 (0) | 2024.07.15 |
철도원 삼대 - 황석영 (0) | 2024.07.08 |
보편의 단어 - 이기주 (0) | 202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