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 황석영
- 저자
- 황석영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20.06.05
오늘은 철도원 삼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예전에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 이라는 책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왠지 그런 거대한 서사를 가진 책일 것만 같아서 선택했습니다. 책의 두께만 봐도 그 서사가 어마어마해 보이지요. 생각했던 대로 책에는 철도원에 다녔던 3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뒤에서 본 작가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작가님은 북한에 가서 있을 때, 만난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쓰셨다고 합니다.
책은 1900년대 초반의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그래서 일제 식민하에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초점은 항일보다는 노동자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정치적인 색의 책인가? 라는 생각을 몇 번 했었는데, 나중에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님은 우리사회 노동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이 한국 문학사에 적었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예전에 장편소설 태백산맥을 보면서, 남북 이념대립 하에 일반 소시민의 고된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책을 통해서는 일제치하에 노동자로서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알게 되었고요. 그것이 사회주의, 공산주의와 닿아있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제시대에는 그랬다 치고, 왜 우리 식구들은 힘센 쪽에 붙지 못하고 맨날 지는 쪽에만 편들었어요?"
"왜 약한쪽 편드는게 싫으냐?"
"물론이지요. 너무 손해잖아요."
그러면 할머니는 감실감실 주름살 잡힌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에는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약한 이들이 이기게 되어 있다. 너무 느려서 답답하긴 했지만."
어느 시대에는 약한쪽이 너무도 뚜렷했지만, 이 사회에 와서는 어느 쪽이 약한쪽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약함을 빌미로 악을 행사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강함을 선하게 쓰기도 하니까요. 다만, 일제강점기에는 약한쪽은 너무도 뚜렷했지요. 그리고 어쩌면 감사해야 할 부분은, 그런 시대에서 나만 먹고 사는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먹고 사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었더 노동자 집단들의 고민과 노력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철도원 삼대도 모두다 노동자계급의, 공산주의 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훗날을 대비해 그러니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이백만 할아버지는 항상 황국신민으로서의 껍데기를 벗지 않았고요. 그의 첫째아들 이일철도 어느정도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것들이 둘째 아들 이이철이 활동을 하는데(노동자 계급 해방 활동이나 언뜻 공산주의와도 닿아있는)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훗날 이분들의 노력이 항일운동과 닿아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겠다고 느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세대의 일들을 글로 접하면 항상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그 세대에 제가 태어났다면 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저 투표 하나 하는 것으로 자부심을 가지는 지금의 저와 이전의 제 또래 어른은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조금더 성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습니다.